일반적으로 도시의 유산(遺産)하면 고대 문화유산을 떠올린다.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마야문명 등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고대의 유적들이다. 후손들은 선대의 유산 덕분에 관광 대국으로 발돋움하여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큰 수익을 올리며 살아간다. 주어진 자원이 부족하여 머리로 먹고 살아가야하는 우리나라로써는 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를 이끌어가는 성장의 원동력은 각 도시의 특색에 걸 맞는 도시유전자(DNA)를 어떻게 조명하고 이를 다시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 질 수 있다. 많은 도시들이 도시의 기억이 담긴 장소나 상징을 자원화 하는 레가시 전략을 통해서 도시의 활성화를 꾀한다.

독일의 베를린은 나치 독일의 전범 도시였다. 하지만 1989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이 헐리고, 이제는 브란덴브루크 문을 중심으로 한 약간의 부분만이 기념물로 남겨졌다.

독일을 찾는 세계의 정상들이 이 문 앞에서 중요한 발표를 하거나, 이 문 앞에 선 모습이 포토뉴스로 전세계에 타전되면서 독일 통일의 기념비이자 유럽평화의 상징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핵심 기조로 한 대북정책구상을 베를린에서 발표했는데, 일명 베를린 선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남북평화교류를 제안한 베를린 구상을 이곳에서 발표했다. 스토리가 있는 장소와 역사를 유산화한 결과다.

일본의 원폭도시 히로시마 또한 제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일본에 대한 연합군의 응징의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전쟁의 위험성을 각인 시키는 도시가 되었다. 이 역사적 기억을 통해서 다시는 지구상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평화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였고 올림픽의 유산을 지금까지도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1988년 올림픽 경기장 주변을 세계적인 국제비지니스 타운으로 조성키로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홍보하면서 국내외 자본을 끌어 들이고 있다. 홍보 문구에 서울 올림픽의 성공을 지금도 강조하고 있다.

전남 여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여수가 어떻게 변화되었고 이를 어떻게 활용 하였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 KTX, 여수공항 등 개선된 교통여건과 아름다운 해양 도시 자원을 활용하여 연간 1,300만이 찾은 관광도시로 거듭 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광주의 유산은 무엇일까? 그 유산을 성장의 DNA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던가? 지역의 유산은 꼭 과거의 역사만 갖고서 논해야 할까?

우리 광주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민주, 인권, 평화도시로서 그 역사적 보존가치는 무엇과 비견 할 수 없다. 일제에 항거하였던 11·3 광주학생운동, 군사독재에 저항하여 대한민국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도시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들이 한때는 우리 광주시민들의 가슴에 주홍글씨로 새겨 진 것도 현실이다. 최근 5·18을 취재해 전세계에 타전한 독일인 힌츠페터 기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택시운전사가 관람객 몰이를 하면서 광주의 진심이 전달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각에서 지역유산을 긍정과 성장의 DNA로 바꾸어야한다. 지난날을 되짚어보자. 정의로운 사람들이 일구어 온 민주화라는 역사적 자산, 국내 최대 규모의 아시아 문화전당, 대한민국 스포츠역사에 한 획을 그은 2015년 유니버시아드 성공개최 등 자원 가능한 유산은 적지 않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지역의 좋은 자산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지역의 자산을 보물로 만드는 일에는 전략도 필요하고 지역사회의 공감대도 형성되어야한다. 아무리 좋은 유산을 남겨도 또는 남기려고 해도 이를 지속성 있게 성장의 DNA로 바꾸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그 노력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행정은 전략을 개발하고 모든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은 로드맵을 따라 함께 나서면 된다.

/광주U대회 사무총장·전 광주시 경제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