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력 대선 후보자가 도심재생을 정책공약으로 발표했다. 대통령임기 동안 연간 10조원을 투자하여 500여개의 구도심과 노후화된 주거지를 살려내겠다는 게 핵심적인 요지다.

순간 반가운 마음과 함께 광주가 이미 혁신적으로 보여준 두 가지 도심재생의 길이 떠올랐다. 가깝게는 2015년 유니버시아드라는 계기를 통해서다. 30년 이상 노후화되어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광주지역 최대 규모의 주공 아파트단지를 유니버시아드 선수촌으로 개발하여 그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넣었다. 조금 멀게는 1989년 도심 철도를 이설하고 그곳에 ‘푸른 길’을 만든 사례다.

이렇듯 광주는 조금 일찍이 도심재생의 효과를 경험했다. 이 사례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지방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광주의 아파트 주거 비중은 2015년 기준 73.2%를 상회한다. 서울의 60%, 전국 평균 61.2%를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연 이들 아파트의 수명 연한이 다되는 30-40년 후 광주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선수촌 아파트로 개발되기 이전 화정동 주공아파트를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개발 당시만하더라도 광주의 최첨단 아파트였을 화정주공단지에 공동화가 시작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소이자, 단지 곳곳에 노쇠한 슬럼화의 자국이 선연했다.

더군다나 광주와 같은 지방의 도시들에게는 이런 아파트단지들을 재개발할 탈출구마저 찾기 어렵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아파트들은 민간 기업들이 재건축 방법을 통해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하고, 90년대와 2000년대까지 재건축으로 큰 재미를 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방도시는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져서 현실적으로 재건축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향후 정책 당국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전 세계는 지금 도심 재생사업이 한창이다. 파리, 뉴욕, 동경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구도심을 재생하여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국가 전체에 활력 불어 넣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 재생사업이란 도시 재개발(Redevelopment)이 아닌 도시 재생(Regeneration)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옛 것을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개념이 아니다. 도시에 온기를 살려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최근 서울역 앞에 오래된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광주 푸른 길 공원의 최신 버전이다.

국가는 도시들로 구성된다. 도시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과 직결된다. 그래서 도시발전은 중요하다. 나라에 숨결을 불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발전전략을 수립할 때 도시와 도시를 연계하는 발전계획을 수립한다. 우리나라도 해방직후 서울을 중심으로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면서 1970년대 산업화 시대부터 부산, 인천, 울산 등 해안 지방도시를 산업화하고, 대구, 광주 등 내륙도시는 이들 산업도시에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과 서비스 도시로 개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면 산업도시는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고 성장을 이룩하였지만 내륙도시는 당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주거기능만 갖춘 도시가 되었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산업도시는 세계경제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를 쫓아간다. 자동차 공업도시는 전기 자동차와 자율 주행차 생산도시로, 전자공업도시는 사물인터넷과 제 4차 산업혁명에 걸 맞는 도시로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내륙 도시들은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주거기능만 갖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의 성장과 함께 거대한 아파트촌으로 바뀌어 왔다. 그러나 산업화를 시작한지 40여년이 흐른 지금 과거의 도심은 낡은 모습으로 변했고, 도시는 신도시를 만들어 구도심을 대체하고 있다. 신도시를 조성할 때에는 교통, 상하수도, 전기통신 등 투입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대신에 구도심은 낙후되고 도시의 흉물이 되어가고 이로 인한 사회적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환영한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견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점에서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도시의 수명은 짧아진다. 현재 살아가는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세대를 위해서 잘 가꾸어나가야 할 것이기에 지속가능한 발전이 더욱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이런 정책은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광주U대회 사무총장·전 광주시 경제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