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검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은 아주 낮다. 갖고 있는 권력과 수단에 비해 부패척결이나 정의실현과 같은 목적 달성의 수준이 기대에 영 못미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총장이 전체 검찰조직을 장악하는 전국 단일의 피라미드형 검찰제도를 가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 결과 한국의 검찰은 자주 집권세력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곤 한다. 김기춘과 우병우가 가장 생생한 증거이다. 간혹 양식 있는 검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 하면 곧바로 보복이 뒤따른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윤석렬 검사가 분명한 사례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검찰은 힘 있고 돈 많은 이들에게는 친절하고 보통의 국민들에게는 무섭게 구는 억압기구로 비쳐진다. 엄정한 중립성을 기반으로 현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검찰, 무엇보다도 국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검찰의 탄생’은 불가능한 것일까.

당연히 가능하고 그 방법도 확실히 있다. 전국 18개 지방검사장을 주민 직접 선거로 뽑는 것이다(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제도설계 부문은 이 논의에서 생략한다). 지방검사장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우선은 전국단일형에서 18개의 병립형으로 검찰조직이 변한다. 상호견제가 가능한 18개의 독립기관으로 거듭난 검찰은 검찰조직 자체로부터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현실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며, 주민들에게 민주적 통제를 받는 조직이 되기 때문에 억압권력의 순화효과가 있다.

검사장 직선제가 만들어 내는 가장 의미 있는 대목은 선출과정에서 검찰권력이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가를 놓고 공론의 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주권자의 요구에 반응하고 시대정신과 조응하려는 검찰조직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지역의 구체적인 과제에 대응할 수 있어 자치·분권 강화에도 기여한다.

미국, 독일의 경우 지역별 검찰청이 수평적으로 병존한다. 미국은 카운티(우리로 치면 기초지자체) 별로 검찰청이 조직돼 있는데 대략 2천400개에 달한다. 이 조직의 검사장(Disrict Attorney)은 대부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독일은 연방대검찰청, 주고등검찰청, 주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을 각각 연방상원, 주의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과 주지사가 임명한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남미 등은 한국의 검사가 하는 직무를 법원에 속한 수사판사가 담당하는데 그 판사들을 상명하복의 위계체제로 묶는 단일 조직은 없다. 모든 나라가 선거로 검사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실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도 민주적 통제 아래 놓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검사장 직선제는 검찰권력이 주권자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 주권자 대부분은 범죄자가 아니며 현행범은 투표권이 없다. 검사장 직선제로 인해 검찰권력이 범죄에 관대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대형 형사사건이나 비리는 대부분 ‘권력형’이다. 주민이 뽑은 검찰은 다시 뽑히기 위해서라도 권력형 비리에 단호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검사장 직선제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검찰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코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논거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면 또 어떤가.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현실 권력의 ‘취향’에 영합하는 것보다는 대중의 바람에 영합하는 게 어디로 보나 더 낫다.

힘 있고 돈 많은 이들에게는 엄격하고 보통의 국민들에게는 공평해야 검찰권력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검사장 직선제가 그 길로 가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 계열의 정당은 검사장 직선제에 무관심하다.

대권 주자 중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검사장 직선제 의지를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방분권이 확실히 되고 난 후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방검사장 직선제법안을 발의했다. 이제 검사장 직선제는 어떤 식으로든지 ‘처리’해야 하는 국가적 의제로 떠올랐다. 주권자의 관심과 지지가 좀 더 많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