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한달 남아 있는 이명박정부가 설날(2월10일)특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측근이 상당수 해당될 것이라는데 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국민화합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가당찮은 일이다. 누가 보더라도 임기 끝자락에 수감 중인 친인척과 측근을 슬그머니 포함시키겠다는 것으로 비난이 클 만도 하겠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사면권은 두 가지가 있다. 일반 사면권과 특별 사면권이 주어져 있다. 일반사면은 법원에서 형량이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효력을 없애주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국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에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뒤 형 집행을 면제해주는 제도로써 역대 대통령들이 주로 특별사면(대통령 특사)을 고집해왔다.

이번 특별사면 얘기는 열흘 전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이 나서 “종교계와 경제계, 정치권 등에서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임기 말 특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사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의 ‘맛배기 발언’이 먼저 있었다. 그래서 묘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임 전실장은 “과거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준다’고 하지 않느냐”며 특사설을 공식화 했었다.

이처럼 청와대 관계자 말마따나 옥문이 열리면 누가 포함될 지는 뻔한 사실이다. 대상자로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의원과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씨,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씨, 대통령의 처 사촌오빠인 김재홍씨 등이 단골로 지목되고 있다. 또 대통령의 측근인 신 재민 전 문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총리실 차장 등도 무죄투쟁과 재판 속행에 상관없이 대상자로 꼽히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조차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이 혜훈 의원의 직격탄이 눈에 띤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 비리를 저지른 친인척을 직접 특별사면해 준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대통합이라는 말은 적을 풀어줄 때 쓰는 말이지 자기 식구를 풀어줄 때 쓰는 말이 아니다”강조했다. 또 친이(이명박)계 출신 심재철 최고 위원도 “권력형 비리를 특사로 구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고 ‘유권무죄’처럼 특권층에 대한 특혜로서 철회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당연한 얘기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도대체 이명박정부 기간 내내 어디 맘 편한 적이 언제 있었는가 싶다. 정권 시작부터 친 대기업으로 나가 결국 빈부격차로 끝을 보고 있고, 측근 비리, 남북관계 위기, 민주주의 후퇴 등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가 않을 정도다.

암만, 임기 말 특별사면이 관례라 할지라도 꼭 친인척과 측근들을 포함시킨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가. 측근들의 사면이 끝내 사실로 확인된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찌될까 두렵다. 이는 ‘전제 국가’로 회귀했다는 것에 다를 바가 없다. 정작 특별사면에 포함될 사람들이 따로 있다. 사회통합이라는 ‘진짜 특사’에는 누구보다도 4년 가까이 수감돼있는 용산참사 관련자들을 포함, MB정권에 생존권을 위해 싸우다 유죄를 확정 받은 노동자들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굳이 더한다면 경제사범을 포함한 정치적 비판자들도 이미 집행유예를 받았거나 벌금형을 받았더라도 사면을 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강조하건대, 국민 법감정 이란 게 있다. 법을 얘기할 때 국민들이 납득하고 동의를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께서도 더 이상 MB측근들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침묵하면 안 된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선진국처럼 제발, 정의를 제일 중시해야 한다. 특히나 해외에 나가 있는 동포들이 더 이상 ‘모국 때문에 창피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말이다.

최근 흥사단이 전국 고교생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다. 고교생 44%가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무릅쓰겠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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